저 이제 시장 안 따라 다녀도 괜찮겠죠? 



  
  고광록




  






퇴근준비를 하고 있는 저에게 아내가 전화를 했어요 
퇴근하면서 고추가루 1근을 사오라고.. 한근은 600그람이라고 착실하게 말까지 해 주더군요. 
남자체면에 방앗간에 들려 고춧가루 사는 것이 싫었지만 
그런것도 못 사다주냐고 잔소리할까봐 방앗간에가서 "고춧가루 1근 주세요" 
했더니 방앗간 아주머니가 비닐봉투에 고추가루를 담아서 앉은뱅이저울에 달더군요 
그런데 몇번을 덜었나 놓았다하더니 400g에 딱 맞추더니 
봉투를 묶는겁니다. 
그래서 "아주머니 고춧가루 1근에 몇g입니까"하고 물으니 
400g이라고하더군요 
"와이프가 600g이 한근이다고하던데요" 했더니 
"꼭지달린고추는 600g이 한근이고 고춧가루는 400g이 한근이예요" 
라고 말씀시더군요. 
고춧가루 1근을 아내에게 갖다주니 
트집을 잡더군요 
"왜 이리 작아? 반 근 산 거 아니야?" 하고요 
그래서 제가 목소리에 무게를 꽉 잡고 
" 이 사람아, 고춧가루는 400g이 한 근이야. 빻기전 고추가 600g이 한 근이고" 
이렇게 말했더니 와이프 왈 
" 당신이 어떻게 그런걸 다 알아? 울 엄마한테 물어봐야지" 하면서 
장모님께 여쭤보더군요 
우리 장모님, 고서방은 별거를 다 안다고 칭찬이 대단했습니다. 
그런데 그 칭찬 저에게 칭찬은 되로 주고 말로 저를 힘들게 했습니다. 
<사실은 1근이 몇g인 줄 몰랐는데 방앗간 아주머니가 가르쳐주셨다>고 
말했어야했는데 말 할 기회를 놓쳐 엄청 힘들었습니다. 
그 일이 있은 후, 
우리 와이프 자기는 근 단위가 너무 어려워서 시장가기 겁난다며 
그 뒤로는 저를 꼭 달고 다닙니다. 
저 학창시절에도 안해본 단위 공부 많~이 했습니다. 
평 마지기 
푼 돈 냥 
근 관 등등. 
그런데 곡물의 단위 1되, 1말, 1가마니 
그거는 어떻게 하는 거죠?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곡물에 따라 다른거 같기도하고....ㅠㅠ 
그런데 이제 법정계량단위가 생활화된다면 
저 이제시장 안 따라 다녀도 괜찮겠죠? 

또 하나의 에피소드는 행운의 열쇠 1냥을 선물받았는데 
보증서에 [행운의 열쇠 순금 1돈]이라고 써있었습니다. 
누가 보아서 행운의 열쇠 크기가 1냥 즉 10돈 같이 보이는 데 보증서를 쓴 사람이 
잘못 쓴게 분명했습니다. 
그러나 1돈이라고 써 있기에 혹시~ 이거 1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걱정하는 마음으로 보증서를 발급한 금은방을 방문하였더니 
1냥 즉 10돈이 맞다며 
"이런 일이 있을 수도 있군요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주의해야겠습니다."며 
정중히 사과를 하더군요. 
판매하는 사람도 가끔은 단위를 잘못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알고 
보증서를 받을 땐 잘 확인해야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답니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회식을 하는 경우가 종종있는데 
예를 들어 5명이 회식을 하게되면 200g이 1인분인경우 보통 7~8인분을 시켜야합니다. 
처음 주문할 때는 5명이니까 오늘은 꼭 5인분만 시키자고 하지만 
먹다보면 꼭 추가가됩니다. 
1명당 1인분이 아니고 1.5인분 정도 시키니까 
먹고 나서는 다들 우리 돼지아니야 하며 크게 웃고들 헤어집니다. 

이제는 세계공통어인 법정계량단위를 사용하게 되면 
이러한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발생하는 일은 없겠지요. 

언제가 SBS뉴스 시간에 법정계량단위에 대하여 들은 적은 있지만 그보다는 
대중매체인 TV 나 라디오를 이용하여 드라마 나 뉴스시간 전에 잠깐 잠깐 광고하면 
법정계량단위가 보다 빨리 정착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법정계량단위 사례 공모전 발췌